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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악기
우리나라 전통 악기를 소개하고 있는 역사서를 통해 옛날 우리 선조들이 사용하던 악기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악기 이름 일부가 소개되어 있고, ‘고려사’에는 30종의 악기가 소개되어 있다. 또한, 조선 시대의 ‘세종실록 오례의’에는 54종, 조선 전반기의 음악을 총정리한 ‘악학궤범’에 65종의 악기가 소개되어 있다.
한국 전통 악기(韓國 傳統 樂器)는 한국 전통 음악에 쓰이는 악기로 50~60여 종에 이르며, 여러 기준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궁중에서 쓰던 연례악에서는 피리·대금·당적·가야금·거문고·아쟁·편종·편경·장구·좌고 등 많은 악기가 쓰인다. 그러나 민속 음악에서는 피리·대금·해금·가야금·거문고·장구·북 등으로 그 쓰이는 악기의 수가 적다. 또 행진곡인 대취타(大吹打)에서는 태평소·나팔·소라·바라·장고·용고 같은 악기들이 쓰이는가 하면 문묘제례악에서는 지·약·소·훈·부·축·어와 같이 보기 드문 악기들이 쓰이기도 한다.
이들 악기는 거문고·가야금과 같이 상고시대부터 한국에서 쓰여온 것도 있고, 피리·비파와 같이 서역에서 들어온 악기가 있는가 하면, 편종·편경과 같이 중국 고대 악기가 들어온 것도 있다. 또한, 양금·운라와 같이 조선 말기에 들어온 것도 있다. 금·비파·공후같이 이미 주법(奏法)이 끊어져 쓰이지 않는 악기도 있다.
오늘날 정악에서나 민속악에서 가장 활발하게 쓰이는 것은 역시 피리·대금·해금·가야금·거문고·장고 등인데 이들 악기가 농현법과 같은 한국적인 음악 표현에 적합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으로 보이며 이 점은 이들 악기가 대부분 향악에 쓰인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아쟁은 중국이 기원이 되는 악기이지만 국악기에서 드문 저음 기인 데다 그 악기의 기능이 한국음악에 맞기 때문에 자주 쓰인다.
1. 악기의 분류
한국음악에 쓰는 악기들의 전통적인 분류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악기의 재료에 의한 분류로 《증보 문헌 비고》에서 보이는 분류법이다. 또 하나는 악기의 유래와 계통에 의한 분류로 《악학궤범》에 보이는 분류이다.
그밖에 악기의 형태와 연주법에 따른 분류법이 있으니 이것은 서양악기의 분류이다.
2. 유례 별
그 유래와 용도에 따라 향악기·당악기·아악기로 나눈다.
1) 아악기(雅樂器)는 중국 상고시대에 궁중 음악에 쓰이던 악기로, 고려 예종 때부터 주로 제례악(祭禮樂)에 쓰여 왔다. 편종·편경·특종·특경·약·지·소·훈·금·슬·건고·응고·뇌고·진고·축·어·부 등이 있다.
2) 당악기(唐樂器)는 중국의 민속 음악에 쓰이던 악기로 신라 때부터 쓰여 왔다. 당피리·당적·통소·태평소·해금·당비파·월금·장고·방향·박·교방고 등이 있다.
3) 향악기(鄕樂器)는 상고시대부터 한국에서 쓰였거나 당악기가 들어오기 이전에 서역에서 들어온 악기로 주로 향악에 쓰여 왔고 오늘날도 가장 중요한 악기에 속한다. 향피리·대금·거문고·향비파 등이 있다.
3. 형태와 연주법에 따른 분류
악기를 분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소리를 내는 방법에 따라 악기를 분류하는 방법이 있는데, 줄을 울려 소리를 내는 악기를 ‘현명악기’, 공간을 울려 소리 내는 악기를 ‘공명 악기’, 몸체를 울려 소리 내는 악기를 ‘체명 악기’, 가죽을 울려 소리 내는 악기를 ‘피명 악기’라고 한다.
1) 현을 울려 소리 내는 현명악기
현명악기는 통에 명주실 혹은 철사를 매어 뜯거나 켜는 악기이다. 연주법에 따라서 탄현 악기·찰현악기·타 현악기로 나눈다.
줄을 울려 소리를 내는 우리나라 현명악기로, 거문고, 가야금, 아쟁, 해금, 비파 등이 있다. 거문고는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붙여서 만든 울림통 위에 여섯 개의 줄을 매달고 ‘술대’라고 하는 막대기로 쳐서 소리를 내는 악기다. 거문고는 조선 시대 선비들이 연주하던 대표적인 악기로, 비슷한 악기인 가야금에 비해 낮고 굵직한 음색을 낸다. 가야금은 오동나무로 만든 몸체에 12줄을 매달아 오른손으로는 줄을 뜯고, 왼손으로 줄을 흔들거나 누르면서 연주하는 악기입니다. 거문고에 비해 가늘고 높은 음색이 난다. 아쟁은 오동나무 공명통 위에 7개의 줄을 걸고, 개나리 나무의 껍질을 벗겨 만든 활대로 줄을 문질러 소리를 내는 악기다. 거친 저음이 나는 아쟁은 합주 음악에 사용되는데, 전체 합주의 음량을 크고 웅장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목민들이 즐기던 악기였던 해금은 고려 시대 때 우리나라로 전해졌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해금은 말총으로 만든 활로 줄을 문질러 소리를 내는 악기다. 물방울 모양의 몸통을 가진 비파는 줄을 튕겨서 연주하는 악기다. 밖으로 타는 것을 ‘비(琵)’, 안으로 타는 것을 ‘파(琶)’라고 하였는데, 그것이 그대로 이름이 된 악기다. 비파는 네 줄을 가지고, 목이 굽은 당비파, 다섯 줄을 가지고 목이 곧은 향비파로 구분된다. 비파는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궁중의 안팎에서 널리 연주되었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연주법이 전승되지 않아 현재는 연주되지 못하고 있다. 악기를 연주법으로 나누어보면,
① 탄현 악기(彈絃樂器)는 손가락이나 술대로 줄을 뜯는 현악기이다. 거문고·가야금·향비파·당비파·월금· 금·슬·공후·대쟁 등이 있다.
② 찰현악기(擦絃樂器)는 막대기나 활에 송진을 발라서 줄을 그어 소리 내는 현악기로, 해금·아쟁 등이 있다.
③ 타 현악기(打絃樂器)는 채로 줄을 쳐서 내는 현악기로, 양금 등이 있다.
2) 공간을 울려 소리 내는 공명 악기
공간을 울려 소리를 내는 우리나라 악기로는 대금, 단소, 생황, 훈, 태평소, 나발 등이 있다. 대금은 우리나라 전통 관악기 중 길이가 길고 굵은 편으로, 다양한 연주기법으로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표현력이 풍부한 악기다. 대나무로 만든 대금은 오른편으로 비켜, 가로로 잡고, 입김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다. 단소는 세로로 부는 관악기로, 뒤에 한 개, 앞에 네 개의 손으로 막는 구멍인 ‘지공’이 있다. 부드럽고 청아한 음색을 내는 단소는 생황이나 가야금, 또는 거문고와 ‘병주’를 하기도 하고, 독주 악기로도 널리 애용됐다. 피리나 대금보다 배우기가 쉽고, 편안하고 부드러우면서 청아한 소리를 내는 단소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관악기다.
생황은 박으로 통을 짜고 그 위쪽 둘레를 돌아가며 구멍을 내고 거기에 대나무 관을 꽂아 만든 악기로, 우리나라 악기 중 유일하게 화음을 내는 악기다. 관의 개수에 따라, 화(13관), 생(17관), 우(36관) 이렇게 세 종류가 있었는데, 조선 후기에는 주로 17관의 생황이 사용되었다. 생황의 음색은 하모니카의 화음 소리처럼 맑고도 부드럽고, 약간 쇳소리가 섞인 듯하며 밝고 아름다워 단소와 함께 병주로 널리 쓰이고, 다른 소규모 합주에도 이용된다. 훈이라는 악기는 흙으로 빚은 뒤 구워서 만드는 관악기로, 입으로 불어서 소리를 낸다. 저울추 모양의 우리나라 훈은 앞쪽에 세 개, 뒤쪽에 두 개의 지공이 뚫려 있으며, 궁중의 제사를 지낼 때 사용되었던 악기다. 날라리, 새납, 호적이라고도 불리는 태평소는 대추나무 등으로 만든 관대 끝에 놋쇠, 구리, 주석 등을 두들겨 깔때기 모양으로 만든 것을 붙인 악기로, 음량이 크고 음색이 화려하면서 강렬하여, 행진용 궁중 음악이나 야외용 민속 음악에 널리 사용되었다. 현대에 창작되는 국악곡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악기다.
관악기(管樂器)는 관에 입김을 넣거나 서(혀, reed)를 꽂아 부는 악기로 목관악기·금관악기로 나뉘고, 목관악기는 홑서악기·겹서악기·무황 악기(無簧樂器)로 나뉘는데 한국 악기에는 홑서악기는 없다. 무황 악기는 횡취 악기·종취 악기로 나눈다.
① 겹서악기(複簧樂器)는 겹서(혀)를 꽂아 부는 악기로, 향피리·세피리·당피리·태평소 등이 있다.
② 횡취 악기(橫吹樂器)는 가로 부는 악기로, 대금·중금·당적·지 등이 있다.
③ 종취 악기(縱吹樂器)는 세로 부는 악기로, 단소·통소·소·약·적·생황 등이 있다.
④ 생황은 황엽 또는 금엽이라 불리는 금속 떨 판을 가지고 있는데, 혀라고도 한다. 따라서 생황은 홑서
악기로 분류된다.
⑤ 금관악기(金管樂器)는 쇠붙이로 된 긴 관에 달린 취구에 입술을 진동시켜 소리 내는 악기로, 나발 등 이 있다.
3) 몸체를 울려 소리 내는 체명 악기
몸체를 울려 소리를 내는 우리나라 전통 악기로는 징, 꽹과리, 박, 편견 등이 있다. 대금이라고도 하는 징은 놋쇠로 만든 둥근 모양의 악기로 손에 들거나 매달아 놓고 헝겊을 감은 채로 쳐서 소리를 내는 악기다. 징의 소리는 여운이 길고 울림이 깊다. 또한, 채 끝에 헝겊을 감아, 치기 때문에 부드러운 음색을 낸다. 징은 풍물, 무속 음악, 불교 음악, 궁중의 종묘제례악 등에 두루 사용된다. 꽹과리는 놋쇠로 만든 둥근 모양의 악기로, 탱자나무와 같이 단단한 나무로 만든 끝이 둥근 채로 두드리면서 소리를 낸다. 음색이 높고, 강하며 날카로운 악기로, 농악에서 중요한 리듬 악기로 사용되고, ‘소금’이라는 이름으로 궁중 음악에서도 사용되었다.
박이라는 악기는 여섯 조각의 박달나무로 만들어진 악기로, 여섯 조각의 박달나무 각각의 한쪽 끝에 구멍을 뚫고, 한데 묶어서 만든 악기이며, 주로 궁중 음악에서 악절의 끝이나 시작, 또는 춤사위의 변화를 지시하기 위하여 사용되었다. 편경은 ‘ㄱ’ 자 모양의 돌 16개를 두 개의 층으로 된 나무틀에 위층과 아래층에 각각 8개씩 매달아 놓고 치는 악기다. 음높이의 순서대로 매어 달린 경돌은 두꺼운 것은 높은음의 소리가 나고, 얇은 것은 낮은음의 소리가 난다. 조선 시대 초, 명나라에서 들여온 악기로, 궁중 제례악에 사용되었다
타악기는 진동체를 채로 쳐서 소리 내는 악기로 음높이가 없는 무율타악기와 음높이가 있는 유율 타악기가 있다.
① 무율 타악기(無律打樂器)는 음높이가 일정하지 않은 타악기로, 꽹과리·징·바라·장구·북·소고·좌고·진고·용고 등이 있다.
② 유율 타악기(有律打樂器)는 음높이가 일정하거나 여러 음을 내는 타악기로, 편종·편경·방향·운라 등이 있다.
4) 가죽을 울려 소리 내는 피명 악기
가죽을 울려 소리 내는 우리나라 전통 악기로는 북, 장구, 소고 등이 있다.
북은 나무로 짠 통에 가죽을 씌우고 채로 두드려 연주하는 악기다. 북은 쓰임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생김새와 이름이 다 다르다. 판소리 장단에 쓰이는 ‘소리북(고장북)’, 풍물에 사용되는 ‘풍물 북’, 행진에 쓰이는 ‘용고’, 북춤에 쓰이는 ‘교방고’, 불교의식에 쓰이는 ‘법고’, 사당패나 선소리꾼이 소리치며 치는 ‘소고’, 농악에 쓰이는 ‘매구북(농악북)’, 농부들이 일하며 치는 ‘못방고’ 등이 있다. 장구는 ‘세고요’, 또는 ‘장고’라고도 하는데, 몸통이 잘록하고 양 끝을 가죽으로 씌운 악기로, 채, 또는 손바닥으로 두들겨 소리를 내는 악기다. 고려 시대에 송나라로부터 들어온 장구는 궁중 음악의 악기로 쓰였고, 그 뒤 민속 음악에 널리 쓰이는 악기다.
4. 악기의 편성
한국 전통 음악의 악기의 편성 법은 다음과 같다.
1) 독주
전통 음악에서 악기 하나만으로 연주하는 때도 있지만, 독주곡이라는 용어는 없다. 또한, 독주 악기만을 위한 곡이 따로 없고 합주곡을 독주하는 경우가 많다. 전형적인 독주 음악에는 산조가 있고, 그밖에 〈평조회상〉·〈청성자진한입〉 같은 것들이 대금 혹은 단소 등으로 독주하는 수가 있다.
2) 병주
두 악기가 나란히 연주되는 것을 병주(倂奏)라 하며, 2중주에 해당한다.
단소와 생황, 양금과 단소, 당적과 운라, 거문고와 대금 등의 편성은 모두 아름답고 깨끗하고 병주로 유명하다. 그밖에 편종과 편경의 병주가 있고, 금(琴)과 슬(瑟)의 병주는 ‘금슬상화(琴瑟相和)’라 하고, 훈(塤)과 지(篪)는 ‘훈지상화(塤地上和)’라 하여 예로부터 이름이 높지만, 지금은 쓰이지 않는다.
3) 세악
비교적 음량이 작고 실내에 알맞은 음색의 악기로 2~4 정도의 작은 편성을 세악(細樂)이라고 부른다. 거문고·가야금·양금으로 현악만의 합주와 대금·피리(세피리)·해금의 관악만의 합주가 있다. 현과 관을 합하고 장구를 곁들이기도 한다.
4) 관악
전통 음악에서 관악(管樂)은 피리·대금·단소 같은 관악기 외에 해금·아쟁 같은 찰현악기도 관악으로 취급된다. 거문고·가야금·양금 같은 탄현 악기(彈絃樂器)나 타 현악기(打絃樂器)는 현악기로 취급된다.
5) 대풍류
피리·대금 같은 관악기가 대나무로 되었다고 하여 관악을 대풍류(竹風流)라 한다. 넓은 의미로는 관악기가 중심이 되는 음악을 가리키며 좁은 의미로는 〈관악 영산회상〉을 가리킨다.
6) 삼현육각
삼현육각(三絃六角)은 피리 2개·대금·해금·장구·북으로 편성된 관악으로 향악의 전형적인 편성이다. 대개 관악 〈영산회상〉·〈염불 타령〉·〈굿거리〉 같은 무용 음악에 쓰이고 기타 〈길군악〉·〈길타령〉·〈길 염불〉 같은 행악(行樂)도 기본 편성은 삼현육각이다.
7) 줄풍류
현악이 중심이 되는 음악을 줄풍류(絲風流)라 한다. 좁은 의미로는 〈거문고 회상〉을 가리키기도 한다. 줄풍류라 하면 〈황하청〉과 같이 현악기만으로 편성될 수도 있지만, 대개는 거문고가 중심이 되고 가야금·양금 같은 현악기를 곁들이며 음량이 작은 세피리와 대금·해금·장구도 곁들이는 것이 보통이다.
8) 방중악
소편성의 합주 즉 병주·세악·줄풍류 같은 음악을 실내악이라는 뜻으로 방중악(房中樂)이라 하는데, 대개 방중악 하면 소편성의 관현 합주를 일컫는다. 줄풍류가 가장 대표적인 방중악이 된다.
9) 합악
합악(合樂)은 한국음악의 최대 편성으로, 많은 관현악기로 편성된 음악이다.
소편성의 세악과 대비되는 말인데, 서양음악의 관현악에 해당한다. 당피리·대금·당적·해금·아쟁·편종·편경·장구·좌고 같은 악기들이 쓰이는 관악기에 편종·편경을 쓴 합악과 여기에 현악기를 덧붙인 합악이 있다. 합악에는 〈정읍(수제천)〉·〈보허자〉·〈낙양 춘〉·〈여민락〉 같은 음악이 있고 취타도 합악으로 연주되기도 한다.
5. 악기장
1) 전승자 김복곤 (무형문화재 제28호)
악기장 김복곤은 전북 임실 출생으로 1969년 상경하여 당대의 빼어난 악기장인 김광주의 문하에서 고흥곤, 최태진, 김희곤 등과 함께 현악기 제작의 기능을 전수하였다. 김광주는 그 기예를 인정받아 일찍이 무형문화재 악기장으로 지정되었다. 김광주는 그 기능을 부친인 김광칠에게서 전수하였는데, 김광칠은 근대에 들어 산조가야금 제작의 기본 틀을 세웠다. 김복곤의 전승 계보는 김광칠 → 김광주 → 최태진 → 김복곤으로 이어진다
악기장으로서 김복곤은 국수 무늬 기법을 새롭게 복원하여 가야금 울림통의 성능을 개선하였다. 김복곤은 국수 무늬의 성격과 개념을 구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악기 제작에 노력을 기울였다. 현악기의 주재료인 오동나무의 성질을 알아보기 임업연구원, 이비인후과 의사, 보청기 제작자들과 만나 함께 연구하면서 국수 무늬 울림통의 성격을 세워나갔다. 김복곤은 오랜 연구와 실험을 거쳐 나이테를 일자로 가지런히 하여 만든 악기가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낸다는 결론에 이르러, 최고의 명기가 된다는 국수 무늬 울림통을 재현할 수 있었다.
2) 편경 악기장 김현곤 (중요 무형문화재 제42호)
중요 무형문화재 1호이자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을 연주하려면 꼭 필요한 게 편경이다. 모든 악기의 음을 조율할 때 편경에 맞추기 때문이다. 2층의 걸이에 각각 8개의 ‘ㄱ’ 자 모양 돌을 매단 편경은 맑고 청아한 소리를 지녔다. 세종 때 박연은 중국에서 수입하던 편경을 경기도 남양의 돌로 처음 ‘국산화’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그 돌의 산지와 제작기법의 명맥이 끊겼다. 국내에서 돌을 뒤지다 찾지 못한 김현곤은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북으로는 헤이룽장성에서 남으로는 차마고도의 초입 윈난성까지 중국 전역을 샅샅이 뒤졌다. 공자의 주유천하에 비유할 만하다. 중국을 헤맨 지 3년여 만에 1989년 허난성에서 적합한 돌을 찾아냈다. 맑은 소리를 내는 데다 흰색이었다. 그 돌을 배로 실어와 1990년 편경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토록 찾아 헤맬 때는 보이지 않던 ‘세종 때의 편경 재료’ 남양 석이 우연히 눈에 띄었다. 2008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들과 경기 남양 건달산에서 편경의 재료인 남양 석을 본 것이다. 이후 그 광산 소유주가 가져온 ‘궁중옥’으로 편경을 만들게 된다.
김현곤은 2012년 뒤늦게 중요 무형문화재 제42호 편경·편종 악기장으로 지정됐다.
그는 전북 순창에서 태어났다. ‘쑥대머리’로 유명한 임방울 명창과 동향이라고 중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와 악기점에 취직했다. 손재주가 남달랐던 김현곤은 색소폰 등을 요리조리 뜯어보고 구조와 원리를 익혔다. 3년 뒤엔 악기점을 차렸다. 그 뒤 양악기 제작사를 만들어 수출까지 나섰다.
1980년대 초 한만영 국립국악원장이 “편경하고 편종이 다 망가졌다”라며 만들어 보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편경·편종 악기장의 길이 오늘에 이르렀다.
편종을 만들려면 우선 돌을 30㎜ 두께로 자른다. 거울처럼 광이 나게 간다. 소뿔 망치로 두들기면서 깎고 또 깎는다. 율관이라는 측정기에 음이 정확한가 맞춰본다. 두께가 조금만 얇아져도 음이 내려간다. 조심조심. 그리고 조각장, 단청장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편경이 완성된다. 하나를 만드는 데 대략 두 달 정도 걸린다. 이렇게 편경을 만들어 보급한 것이 2002년부터다.
6. 국립국악관현악단
1995년 창단된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국립극장 전속단체다. 유구한 역사 속 개발되고 전승되어온 한국 고유의 국악기로 편성된 국립국악관현악단은 50여 명의 전속 연주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내외 저명한 작곡가와 지휘자들을 영입해 다양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통 음악을 뿌리에 둔 현대적이고, 동시대적인 음악 활동과 한국의 정신과 정체성을 담은 사운드를 통해 전 세계 관객과 공감하는 음악회, 감동을 전하는 연주단체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초대 단장 박범훈, 2대 단장 한상일과 3대 예술감독 최상화, 4대 예술감독 황병기, 5대 예술감독 원일, 6대 예술감독 임재원을 거치면서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현재 김성진 예술감독(2019.4.1~현재)을 주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악관현악단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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