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다섯 마당
판소리는 원래 ‘춘향가,’ ‘심청가,’ ‘흥부가,’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장끼타령,’ ‘변강쇠타령’, ‘배비장타령,’ ‘강릉매화전,’ ‘옹고집타령,’ ‘왈짜타령,’왈자타령 ‘가짜신선타령’의 열두 마당이다. 이 가운데 현재 소리와 함께 전승되고 있는 것은 ‘춘향가’, ‘심청가’, ‘흥부가’,흥보가 ‘수궁가’, ‘적벽가’의 다섯 마당이다.
판소리는 ‘판’과 ‘소리’가 합해진 말이며, ‘판에서 하는 소리’를 의미한다. 판소리의 판은 소리꾼과 고수, 청중이 있어야 만들어진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말 가운데 ‘일고수 이명창(一鼓手二名唱)’, ‘숫고수 암명창’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명창만큼이나 고수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소리판의 청중도 “좋다.” “얼씨구.” 하는 추임새를 하여 판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추임새는 ‘추켜 세워주는 소리’, 즉 칭찬하는 소리라는 뜻이다.
한 사람의 소리꾼이 고수의 북 반주에 맞추어 서사적인 이야기를 창(소리)과 아니리, 발림으로 연행하는 성악곡이다. 창은 노래이며, 소리꾼은 독특한 발성과 창법으로 노래한다. 아니리는 판소리의 내용을 말로 전달하는 부분으로 이야기의 진행을 설명하고 주인공의 마음과 여러 인물들의 대화 등을 말로 풀어낸다. 발림은 소리꾼이 부채를 들고 몸짓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판소리에 쓰이는 장단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엇모리, 엇중모리 등이다. 이야기의 특징에 따라 장단을 선택하여 사용한다. 예를 들어 급박한 장면에는 빠른 속도의 자진모리나 휘모리를 쓰고, 웅장하거나 매우 슬픈 장면에는 진양조, 신비한 장면에는 엇모리, 춤을 추는 장면에는 중중모리를 주로 사용한다.
조는 판소리에 사용되는 음계를 말하며, 우조, 평조, 계면조, 경드름, 메나리조, 설렁제, 추천목 등의 조가 이야기의 특징에 맞게 사용된다. 계면조는 남도민요에 사용되는 육자배기조와 같은 것이며, 판소리에서 슬픈 장면을 노래할 때 사용되고 있다. 우조나 평조는 장중하거나 평온한 분위기를 만들며, 설렁 제는 위엄 있는 모습을 그린다. 경드름은 경기민요 창부타령조와 관련이 있으며, 메나리조는 동부 민요의 메나리조와 관련이 있는 조이다.
판소리의 형성은 17기 말이나 18세기 초에 걸쳐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초기 판소리는 판에서의 줄타기와 같은 공연을 담당했던 광대들의 소리에서 만들어져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세기에 들어 단가가 판소리와 함께 불리게 되었고, 새로운 대목을 만들어 기존의 판소리에 더 넣은 ‘더늠’이 만들어져서 현재와 같은 모습의 판소리가 완성되었다. 본래 12마당의 판소리가 있었으나 이 시기에 5마당으로 줄었다고 한다. 신재효와 같은 양반 및 중인에 의해 한문구 등의 가사가 추가되었고, 다양한 음악 어법들이 수용되었으며,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동편제와 서편제 등의 유파가 성립되었다. 이 다섯 마당에는 역대 명창들의 '더늠'이 전해지고 있다. <숙영낭자전>은 정정렬(丁貞烈), <장끼전>은 김연수(金演洙)가, <변강쇠전>은 박동진이 복원하여 불렀으나 열두 마당 시절의 가락을 전승한 것은 아니며 새로 편곡하여 부른 것이다.
19세기는 전기 8 명창 시대와 후기 8 명창 시대로 부르기도 한다.
판소리의 유파별 분류
조선 후기~근대 초기까지만 해도 여러 분파가 함께 존재했으나, 현재는 중고제와 경제는 소실되고 동편제와 서편제가 한데 어우러진 거대한 혼합 양상을 띠고 있다. 현대 시대에 들어서 동편제와 서편제의 칼 같은 구분은 의미가 없으며, 크게 보성소리와 만정제, 동초제 그리고 명창의 이름으로 전수되는 정정렬제, 박동진제 등의 소릿제가 전승되고 있다.
동편제와 서편제의 분류는 판소리 초창기에는 전라도 섬진강을 중심으로 동쪽, 서쪽으로 나뉘어 지역별 판소리 명인들과 제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나, 근대를 거치면서 당시 명창들이 동, 서편제의, 구분을 가리지 않고 각 유파별 대가를 찾아다니면서 소리를 배워 자신들만의 뛰어난 더늠과 소릿제를 창조하여 후대에 남긴 까닭에 동, 서편제의, 구분이 희미해지면서 점차 유파의 특성을 이르는 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동편제와 서편제의 특징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1. 동편제
동편제는 섬진강의 동쪽인 구례와 남원 등지에서 주로 불린 유파다.
경쾌하게 올리며 짧게 끊는다는 특징이 있으며, 소리를 힘 있게 올리므로 비교적 톤이 높다. 서편제와 비교해서 기교를 거의 쓰지 않고 담백한 느낌의 창법으로 노래 부른다.
전라도의 판소리 하면 서편제가 많이 알려져서 그런지, 가끔씩 동편제를 '한반도의 동부'인 영남 지역의 판소리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동·서편제의 구분은 한반도의 동서가 아닌 섬진강의 동·서안이다.
구례에 가면 동편제 판소리 전수관이 있다. 매년 10월마다 구례에서 동편제 소리 축제도 열리니 관심 있으면 찾아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신재효 판소리 필사본인 고수 청계본의 완질이 발견되었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판소리 판본은 모두 1940년대 이후에 정리된 것이라 하여, 청계본이 발견된 것은 19세기19 당시의 언어와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 서편제/강산제
서편제는 박유전이 창시하였다고 하며, 섬진강의 서쪽인 보성, 광주, 나주 등지에서 주로 불린 유파다.
끝소리를 끊어주는 동편제와는 달리 화려한 기교를 사용하며 끝소리를 길게 뺀다. 또 소리 끝을 경쾌하게 올려서 끊는 동편제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소리 끝을 내려서 끊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성음 자체의 기교 외에도 다양한 붙임새도 특징적인 부분인데 이것은 아래의 강산제와 더불어 서편제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특징적인 조성으로는 계면조가 꼽히며, 현재 연창 되는 판소리에 계면조 성음의 비중이 높아 '현대 판소리는 결국 서편제.'라고도 할 정도이다.
서편제 계열의 유파로 강산제가 있는데, 이는 서편제를 만들었던 박유전이 서편제가 너무 애절하고 울먹거린다고 해서 그것을 최대한 지양하기 위해 말년에 한양에서의 활동을 정리하고 내려와서 서편제와 동편제를 합쳐서 만든 것이다. 강산제의 이름은 박유전이 생전에 살았던 전라남도 보성군 웅치면 강산리에서 따온 것이며, 또한, 강산은 박유전의 ‘호’이기도 하다. 강산제의 특징은 서편제를 부르면서도 동편제의 특징적 조성인 우조를 대폭 수용하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한 인물 중 하나가 박유전의 제자인 정재근으로 이 사람이 김찬업에게서 동편제 춘향가를 배우면서 본격적으로 동편제의 소리 지향이 일부 수용되었다.
현재는 강산제가 바로 서편제라고 인식되고, 그 때문에 보성에 가면 서편제 판소리 전수관이 있으며, 이곳에서 매년 '서편제 보성소리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서편제의 고제(古制) 계통으로 평가되고 있는 정광수나 한승호의 소리는 일반적인 강산제 스타일의 소리와는 또 판이하게 다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강산제 명창의 소리는 보다 더 힘을 많이 주고, 발음과 성음을 분명하게 내는 편이라 알려져 있다..
3. 중고제
동편제와 서편제의 두 유파와 창법이 달랐는데, 이를 한 잣말로'비동비서'(동도 서도 아니다.)라고 표현한다. 주로 충청도 북부지방을 중심으로 분포했다고 추정되고 있다. 중고제의 중고가 中古인지 重高인지가 아직까지도 학자들 사이에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현재 전해지지 않으므로 소리가 정확히 어떠하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
판소리가 발생할 당시에는 한 마당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아서 판소리 열두 마당이라 하여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배비장타령, 변강쇠타령, 장끼타령, 옹고집타령, 무숙이타령, 강릉매화타령, 가짜신선타령 등 그 수가 많았다. 그러나 현실성 없는 이야기 소재와 소리가 점차 길어지면서 ‘충, 효, 의리, 정절’ 등 조선 시대의 가치관을 담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만이 보다 예술적인 음악으로 가다듬어져 판소리 다섯 마당으로 정착되었다.
20세기에는 서양식 극장이 생겨났고, 이에 따라 무대에 맞는 창극이 만들어졌다. 창극은 여러 창자들이 배역을 나누어 연극을 하면서 판소리를 하는 것을 말한다. 판소리는 1964년 12월 24일 중요무형문화재(제5호)로(제5호) 지정되었으며, 2003년 11월 7일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세계 무형 유산 걸작>으로 선정되었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의5 보유자는 《춘향가 성우향》, 《심청가 성창순》, 《흥부가 박송희》, 《적벽가 송순섭》, 《수궁가 김철호》 등이다.
한편 일제강점기 열사가로부터 시작된 창작 판소리는 1980년대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활성화되었으며, 지금은 다양한 소재의 판소리를 만들어 부르고 있다. 판소리는 가야금병창, 창극, 여성 국극, 창무극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였고, 판소리의 음악 어법은 기악곡인 산조를 만드는 바탕으로 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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