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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라(viola)는 서양 음악에서 쓰이는, 활로 연주하는 현악기(찰현악기) 가운데 하나다. 바이올린족에 속하는 악기들 중에서 가운데 음역을 담당한다.
바이올린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바이올린보다는 크기가 약간 크고 음역도 약간 낮다. 바이올린은 가온다 아래의 솔(G)-레(D)-라(A)-미(E)부터 완전 5도씩 상승하는 줄을 가지는 반면, 비올라는 가온다 한 옥타브 아래의 도(C)부터 완전 5도씩 C-G-D-A로 상승한다. 즉 바이올린과 비올라는 음역에서 완전 5도의 차이가 나며, 세 현의 음역이 같다. 참고로 첼로는 비올라와 줄의 구성은 같으나 한 옥타브 낮다.
보통 사람들은 비올라와 바이올린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데, 크기와 연주 자세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비올라의 음향은 바이올린에 비해 진하고 깊은 소리를 낸다. 그리고 똑같은 음 높이에서 비올라가 더 어두운 음색을 띤다. 비올라는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의 음역을 담당하는 화음 악기로 쓰기도 하며, 높지도 낮지도 않은 중간 선율을 맡기도 한다. 그래서 비올라는 합주에서 보통 멜로디보다는 화음을 내는 경우가 많다. 비올라 연주자를 비올리스트(violist)라고도 한다.
1. 역사
비올라는 알토 비올(alto viol), 알토 비올라(alto viola), 알트 바이올린(alt violin)으로 불렸으며, 독일에서 부르는 브라체(Bratsche)는 이탈리아식 이름인 브라치오(braccio)가 독일식으로 바뀐 것으로 다니엘 메륵이 처음 사용하였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 비올라는 궁현 악기를 총칭하는 말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는 비올라 다 감바와 비올라 다 브라치오로 분리되어 발전하는데, 이 중 비올라 다 브라치오는 바이올린족의 전신으로, 비올라 역시 바이올린과 마찬가지로 비올라 다 브라치오에서 나온 악기이다. 가장 오래된 4줄짜리 비올라는 1535년에 나타나며, 1636년 메르센 마랭이 C, G, D, A 음으로 조율되는 알토 악기를 만들었는데, 이 조율법은 지금의 비올라 조율법과 같다. 그 이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1876년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K.A. 호를 라인이 헤르만 리터의 설계로 제작한 비올라 알타가 오늘날의 형태로 정해지게 되었다.
바로크 시대에 다성 음악이 등장하면서 비올라는 현악 편성에 안착하였다. 초기 합주 음악에서 비올라 파트는 좀처럼 악기로서 기술적 잠재력을 인정받지 못하였으나 오늘날과 달리 1750년 이전의 비올라 독주자들은 대부분 바이올린이나 첼로곡의 옥타브를 옮겨 편곡하거나 비올, 비올라 다모레 곡을 베낀 것을 연주하였다. 비올라는 콘트라베이스와 함께 보조적인 화음 진행을 담당하거나 제2바이올린이나 콘트라베이스의 높은 음역을 담당하는 등 반주부를 맡는 보조적인 악기였다. 그렇지만 고전 시대 초기에 합주 음악에서 비올라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악기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고전 시대에 기악 음악이 발전하여, 주제와 소재를 담당하는 제1 바이올린과 이를 보조하고 화성을 쌓는 제2 바이올린과 비올라, 그리고 저음부를 담당하는 첼로와 더블 베이스의 현악 구조가 구축되면서, 하이든이 확립한 현악 4중주가 붐을 이루었다. 모차르트는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K.364/320d, 1779년)에서 비올라를 바이올린과 동등하게 인정하였으며, 1악장에서 비올라를 7위치의 음역까지 연주하도록 하여 비올라의 고정관념을 넘어 파격적인 시도를 하였다. 모차르트와 더불어 비올라의 발전을 이끈 베토벤도 현악 4중주에서 독주부를 비올라에 주거나(Op.18, No.4) 더 높은 음역의 색채를 보여주기도 하였다(Op.59, No.3). 이렇듯 베토벤은 교향곡에서 비올라를 다른 악기와 다소 동등하게 대하였으나, 교향곡 5번과 9번에서 볼 수 있듯 아직은 비올라 연주는 첼로나 제2 바이올린과 함께 연주되곤 하였다.
19세기에 비올라는 바이올린과 더불어 두드러진 기술적 발전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렇듯 비올라는 실내악과 관현악에서 점차적인 관심을 받았으나, 이는 비올라가 합주에서 독주 파트로서 인식이 커진 것이지 완전한 독주 악기로 독립한 것은 아니다.
1900년경 대부분의 오케스트라 비올라 연주자는 바이올린 파트에서 독립된 것으로 여겨졌으며, 20세기 실내악에서 비올라는 다른 파트 못지않게 기술적인 수요를 얻게 되었으며, 쇤베르크의 현악 3중주나 바르토크의 현악 4 중주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20세기에 들어 쇼스타코비치나 블로흐 등 여러 작곡가들이 비올라 곡을 작곡하였으며, 테르티스나 힌데미트 같은 뛰어난 비올라 연주자들이 나와 비올라 음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 모양 - 악기 크기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1/7 정도 더 크며, 무게도 약간 더 무겁다. 바이올린의 경우 제작자가 달라도 그 크기가 표준화되어 있는 데 비해 비올라는 명기로 꼽히는 악기도 각각 몸통의 길이가 4~5 cm 정도 다르고, 울림 부분도 이에 비례하여 다르게 되어있는 경우도 있다. 비올라는 기량 발휘와 음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하게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헤르만 리터가 1876년에 제작한 초기 비올라의 길이는 무려 54 cm(21 1/4인치)였으나, 곧 절충하여 48 cm(19인치)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바이올린은 진화를 거의 끝낸 반면, 비올라는 아직도 진화 과정에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연주자는 자신의 취향과 신체 조건에 맞게 악기를 선택할 수 있는데, 40cm보다 작은 비올라는 만족스러운 음량을 내는 경우가 드물고, 42 cm 이상의 비올라는 연주하기 불편하여 오늘날 비올라 연주자 대부분은 길이 40~42 cm(15 3/4~16 1/2 인치) 사이의 비올라를 선호한다.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음역이 낮은 것은 바이올린보다 크기가 더 큰 까닭인데, 두 악기의 크기비는 음역 차이와 비례한다. 비올라의 음역이 바이올린보다 5도 낮기 때문에, 음향학적으로 5도에 해당하는 비율인 3:2에 의해 비올라의 크기가 바이올린의 1.5배가 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악기의 크기가 클수록 음높이가 낮다는 점을 이용해 계산하면 음역의 비와 크기의 비가 거의 일치한다.
오랜 세월 동안 비올라 제작자들은 비올라의 크기와 모양을 두고 실험을 했다. 이들은 제대로 된 “비올라 소리”가 나게끔 충분한 크기의 울림통을 갖추면서도 비올라의 스케일 길이를 줄이고 무게도 가볍게 하고자, 비올라의 크기와 비율을 조정해보았다. 비올라 크기에 대한 실험은 대개 악기의 크기를 키워 악기의 소리를 향상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19세기 초 비올라에는 현의 장력과 강도를 강하기 위해 가령 굵은 현을 사용한다든지 목을 길게 한다든지 하는 시도로 비올라가 변화하였다. 헤르만 리터의 “비올라 알타(viola alta)”의 경우,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를 연주하고자 하여 크기가 18.9인치(48cm)에 달하였다. 현대 비올라에 큰 영향을 끼친 테르티스형의 비올라는 앞뒤판이 넓고 옆판이 깊어서 더 좋은 비올라 음색을 냈는데, 이 역시 표준 크기보다 크다. 이렇듯 비올라의 크기를 늘리는 음향학적 실험들은 비올라 소리를 더 깊게 만들어, 첼로의 음색과 비슷하게 되었다. 많은 작곡가들이 일반적인 크기의 비올라를 염두에 두고 곡을 쓰기 때문에, 이러한 비올라 음색의 변화는 특히 오케스트라 음악에서 합주의 균형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실험 역시 “소리 대 인체공학”의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 작곡가 해리 파트치는 첼로의 목을 비올라에 연결하여 그의 43개 음계가 가능해졌다. 제작자들은 5현 비올라도 만들어 비올라의 음역을 확대했다. 현재 음악은 이런 악기로 연주하는데, 비올 음악 역시 마찬가지로 연주할 수 있다.
3. 활
활은 찰현악기의 현에 음 진동을 주는 중요한 기구로 비올라의 활은 바이올린의 활보다 약간 굵고 무거운데, 바로 이 점이 비올라가 매력적인 소리를 내는 요인 중 하나가 된다. 비올라 활의 길이는 약 75cm이며, 무게는 약 65~75g 정도이다.
활은 크게 활대(stick), 활털(hair), 활털조이개(screw), 활털 이음 틀(frog)로 이루어지며, 약간 구부러진 활대가 주요 부분이고 거기에 활털이 매여있다. 활대는 길게 끝으로 갈수록 점차 가늘어져 약간 뒤로 젖혀진 모양이다. 활 끝에는 금속이나 상아로 된 조그맣고 얇은 판이 붙어 있는데, 이것은 활 끝에 맨 활털이 빠지지 않도록 구멍을 막은 것이다. 활 끝에 맨 활털을 활 밑의 활털 이음 틀에 부착하여 활털 조이개 나사로 털을 죌 수 있다. 활털은 말 꼬리털(말총)을 표백하여 빗질한 것을 굵기가 고르게 맞추어 쓴다.] 여기에 송진을 발라 현을 마찰시켜 음을 낸다. 활 한 자루에 필요한 털 수는 150~200개 안팎이다.
초기의 활은 사냥 활처럼 곡선이 밖으로 향한 모양으로, 거기에 말총을 묶어 놓은 것이었다. 활의 모양은 다양하였는데, 점차 발전하여 1700년경부터 오늘날과 같은 나사식이 되었으며 활대의 만곡도도 차츰 낮아서 1730년경 타르티니의 영향으로 바뀐 활에는 활대가 직선으로 되어있다. 프랑스의 활 제작자 투르트가 모든 점에서 균형을 갖춘 활의 최종적인 형태를 완성하였다.
4. 조율
본래의 현은 양의 창자(거트현)였지만, 오늘날에는 양의 창자나 금속심에 철선을 감아서 만든다. 몸통을 아래로 하여 지판 위에서 바라보았을 때 가장 오른쪽에 있는 현의 음이 음정의 기준이 되는 A음이 되며, 보통 440 Hz 근처의 진동수로 조율된다. 이후 왼쪽으로 가면서 두 현 사이의 음정이 완전 5도가 되도록 맞춘다. 숙련된 비올라 연주자는 혼자서 또는 A음만 듣고 나머지 현들까지 조율할 수 있지만, 익숙하지 않으면 피아노나 다른 악기, 튜너 등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A현부터 차례대로 나머지 현의 조율을 끝내면 왼쪽부터 각각 C, G, D, A음이 된다. 비올라에서 가장 낮은 C음은 가온 다보다 한 옥타브 낮은음이다. 바이올린은 낮은 순서대로 G, D, A, E로 조율되는데, 이 중 G, D, A는 비올라와 높이가 같다. 첼로는 비올라보다 한 옥타브 낮게 조율된다.
거의 대부분의 음악에서 비올라는 C, G, D, A로 조율되지만, 간혹 일반적인 조율과 다른 변칙조율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모차르트는 바이올린,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E♭장조에서 독주 비올라 파트를 D장조로 쓰고 비올라의 조율을 반음씩 높여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비올라의 소리를 더 밝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다른 바이올린족 악기들과 마찬가지로 비올라도 줄감개(peg)를 이용해 조율을 한다. 줄감개를 조이면 음이 높아지고 날카로워지며, 줄감개를 풀면 음이 낮아지고 둔탁해진다. 보통 왼쪽 아래의 줄감개에 C현을 감고, 시계 방향으로 G, D, A현을 감는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C현과 G현의 줄감개 위치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줄감개와 함께, 더 세밀한 조정을 위해 미세 조율기(fine tuner)를 쓰기도 한다. 이것은 줄걸이판(tail piece)에 장착되는데 조그만 나사를 돌려 현의 장력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게 해 준다. 파인 튜너를 이용하는 조율은 줄감개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덜 들고 편하다. 파인 튜너의 사용은 개인 취향의 문제이지만 보통 A 현에는 파인 튜너를 사용한다. 탄력적이고 미세한 조정에 영향이 적은 거트현에는 파인 튜너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시적이고 미세한 조율 방법으로, 현을 손으로 당기는 방법도 있다. 지판 위에서 현을 당기면 음이 낮아지고, 줄감개와 줄걸개(nut) 사이 부분 현을 누르면 음이 높아진다.
5. 비올라와 바이올린의 차이
비올라는 일반적으로 바이올린보다 크기 때문에 현도 길다. 따라서 같은 운지를 할 때 더 넓은 손가락 간격이 요구되고, 활도 끝까지 쓰기 위해서는 오른팔을 더 뻗어야 한다. 비브라토는 더 넓고 강렬해야 한다. 비올라의 크기 때문에 비올라 연주자는 손이 특별히 크지 않다면 빈번한 하프 포지션의 사용과 포지션 이동이 필요하지만, 첼로만큼은 아니다.
비올라에는 보통 바이올린보다 굵은 현이 쓰인다. 이것 때문에 현의 반응이 조금 느린데, 이는 만약 비올라 연주자가 바이올린 연주자와 동시에 음을 시작해야 한다면, 비올라 연주자가 조금 더 먼저 활을 써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굵은 현을 연주하는 것은 활을 사용할 때 더 많은 무게가 필요하다.
바이올린에서 비올라, 첼로로 가면서 더 굵은 현을 짚게 되는데, 바이올린이 손가락 끝으로 현을 짚는다면, 비올라는 그보다 첼로에 가깝게, 좀 더 손가락 살 부분으로 현을 짚는다.
비올라의 활의 무게는 보통 70 - 74g으로 바이올린 활의 무게 58 - 61g보다 무겁다. 이 차이도 비올라의 활 테크닉을 바이올린과 다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6. 악보
비올라를 위해 쓰여진 악보는 주로 가온 음자리표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악기의 악보들과 다르다. 가온 음자리표는 가온 다음이 오선지의 중간에 위치하는 음자리표로, 비올라를 위한 악보 외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음역이 높아져 가온 음자리표로는 덧줄이 너무 많이 필요해지는 경우 높은 음자리표를 쓰기도 한다. 교육용 악보 등에서는 개방현을 0, 검지부터 새끼손가락을 1부터 4까지의 번호를 매겨 어떤 손가락이 사용될지를 표시하기도 한다.
7. 음악
바로크 이후 음악가들은 무수한 바이올린과 첼로 협주곡을 썼지만, 낭만주의 이전까지는 비올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비올라곡은 바이올린과 첼로에 비해 아주 미비한 수준이다.
후기 낭만 이전의 곡들 중에는 비올라의 비중이 정말 작은 경우가 많아서, 취미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라도 할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곡을 이해하고 접근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떤 곡을 하려고 하는지 악보만 봐서는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꼭 음반을 먼저 들어서 미리 전체 그림을 파악하거나 실제 전체를 맞춰 따라가 보는 것이 되도록 일찍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19세기 이후로 넘어가면 비올라에게 비르투오스틱한 솔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안토닌 드보르자크는 오케스트라 비올리스트였으며 현악4중주 '아메리칸' 등을 비롯하여 비올라가 돋보이는 실내악을 많이 작곡하였다. 20세기 초중반의 유명한 독주자로는 영국 출신의 윌리엄 프림로즈나 독일 출신의 파울 힌데미트가 있었고, 힌데미트의 경우 작곡이 본업이기도 해 비올라를 위한 많은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리처드 용재 오닐이나 김상진 같은 연주가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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